여름 러닝의 진짜 적은 기온 숫자 자체가 아니라 습도다. 한국의 여름은 습해서 땀이 잘 증발하지 않는다. 땀은 증발하면서 몸을 식히는데, 공기가 이미 물기로 가득하면 땀이 흘러내리기만 할 뿐 냉각 효과가 떨어진다. 그래서 같은 30도라도 건조한 날보다 습한 날이 훨씬 위험하다. 체온이 계속 오르면 열탈진, 심하면 열사병으로 이어진다. 여름엔 무리하지 않는 것이 가장 고급 기술이다.
여름 운동 강도는 기온이 아니라 습도·복사열까지 반영한 열지수(체감온도)로 판단하는 게 안전하다. 개념만 기억하면 된다. 습도가 높은 날은 실제 기온보다 몸이 훨씬 더 뜨겁게 반응한다는 것. 폭염특보가 뜬 날, 습도가 높은 한낮에는 강도를 낮추거나 러닝 자체를 미루는 판단이 필요하다. 참고 뛰는 날이 아니다.
한여름 코스 선택의 두 축은 그늘과 무정지다. 나무 그늘이 많은 하천 둔치·숲길은 체감온도를 몇 도씩 낮춰 준다. 여기에 신호 대기까지 없으면 금상첨화다. 뙤약볕 아래 신호에 걸려 멈춰 서 있으면 그늘 없는 아스팔트 위에서 체온이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무정지 코스가 여름에 특히 유리한 이유다. 그늘이 좋은 양재시민의숲·홍제천, 물가라 바람이 통하는 한강 코스가 대표적이다. 더 더운 날은 야간 러닝으로 시간대를 아예 옮기는 것도 방법이다.
여름 러닝은 끝난 뒤가 더 중요하다. 달리는 동안 잃은 수분과 전해질을 채우고, 미지근한 물로 몸을 서서히 식히자. 찬물 샤워로 급격히 체온을 떨어뜨리기보다 그늘에서 심박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편이 몸에 부담이 적다. 땀에 젖은 옷을 오래 입고 있으면 체온 조절이 흐트러지니 되도록 빨리 갈아입는 게 좋다.
어지럼·메스꺼움·오한·두통, 그리고 갑자기 땀이 멎는 느낌은 몸이 냉각에 실패하고 있다는 경고다. 이럴 땐 즉시 멈추고 그늘·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몸을 식히고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여름 러닝은 참는 운동이 아니다.
신호제로에 출발지를 넣으면 신호를 최소로 걸리는 코스를 만들어 준다. 그늘 많은 하천·숲 코리더로 코스를 짜면 뙤약볕에 멈춰 서는 일 없이 여름에도 안전하게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원리가 궁금하다면 무정지 러닝 가이드를 함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