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을 처음 시작한 사람의 십중팔구는 너무 빨리 출발한다. 몸이 가벼운 첫 500m는 신나게 뛰지만, 그 속도는 오래 갈 수 없는 속도다. 금방 숨이 턱까지 차고, 종아리가 뭉치고, "역시 나는 러닝이랑 안 맞아" 하며 걷다가 포기한다. 초보가 넘어야 할 벽은 체력이 아니라 페이스 감각이다. 목표를 속도가 아니라 "오래 편하게" 로 바꾸는 순간, 완주 거리는 눈에 띄게 늘어난다.
러닝 페이스는 대략 세 구간으로 나뉜다. 초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곳은 가장 낮은 존이다.
입문 3~4주는 거의 전부 이지 존에서 달려야 한다. 느리다고 느껴져도 그게 맞다.
심박계가 없어도 페이스는 스스로 잴 수 있다. 옆 사람과 문장을 이어서 말할 수 있으면 적정 속도, 말이 뚝뚝 끊기고 헐떡이면 너무 빠른 것이다. 혼자 뛴다면 짧은 문장을 소리 내어 말해 보면 된다. 이 대화 테스트 하나로 초보의 페이스 문제 대부분이 해결된다.
처음부터 5km를 쉬지 않고 뛸 필요는 없다. 2분 뛰고 1분 걷기를 반복하는 걷뛰기 전략은 총 달린 거리를 크게 늘리고, 근육과 관절이 받는 충격을 분산해 부상을 줄인다. 몇 주가 지나면 걷는 구간이 자연스럽게 짧아지고, 어느 날 5km를 통째로 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의욕이 앞서 거리를 갑자기 늘리는 것이 초보 부상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한 주에 늘리는 총 주행거리는 직전 주의 10% 안쪽으로 잡는 게 안전하다. 몸의 뼈·힘줄·관절은 심폐보다 느리게 적응하기 때문이다. 숨은 안 차는데 정강이나 무릎이 아프다면, 그건 페이스가 아니라 거리를 너무 빨리 늘렸다는 신호일 때가 많다.
페이스를 배우는 단계일수록 신호에 걸리지 않는 평지 코스가 좋다. 흐름이 끊기지 않아야 대화 페이스를 몸에 새기기 쉽기 때문이다. 신호제로에 집 근처 출발지를 넣으면 신호를 최소로 걸리는 5K 루프를 만들어 주고, 그대로 GPX로 내보내 워치·스트라바에 넣을 수 있다. 하천·공원 평지 코스부터 시작해 첫 5km 완주에 도전하고, 신호 없는 코스의 원리가 궁금하다면 무정지 러닝 가이드를 참고하자. 속도는 나중에, 지금은 오래 편하게가 먼저다.